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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6년 6월 26일 일요일

통영의 호주선교사

통영의 호주선교사

호주濠洲아이가
한국韓國의 참외를 먹고 있다.
호주濠洲 선교사宣敎師네 집에는
호주濠洲에서 가지고 온 뜰이 있고
뜰 위에는
그네들만의 여름하늘이 따로 또 있는데
 
길을 오면서
행주치마를 두른 천사天使를 본다
<김춘수 幼年時 1>
 
 
  "나는 댓살 났을 때 호주 선교사가 경영하는 이른바 미션 계통의 유치원에 다녔다. 그 유치원은 여황산이라고 해발 200m가 될까 말까한 산(통영의 서북쪽에 위치한)의 산발치에 깎아서 터를 닦고 목조 단층의 교실과 한 100평 남짓한 운동장을 마련한 그런 곳이다. 
 선교사인 원장은 유치원에는 나오지 않고, 유치원의 운동장과는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쳐서 구분한 선교사네 이층 벽돌집의 그 이층 베란다에 흔들의자를 내놓고 의자를 흔들며 거기 몸을 싣고 무슨 책을 꺼풀이 검은 책을 읽고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었다. 
 눈이 푸르고 머리가 붉은 그의 아내는 유치원의 보모다. 늘 한복을 입고 있었다. 노란 저고리에 남빛 치마다. 천사란 말을 곧잘 하곤 했다. 풍금을 힘차게 타며 노래를 하이 소프라노로 예쁘게 불어 주곤 했다. 나는 여기서 인생의 첫눈을 뜨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. 
 산발치의 그 유치원에서는 통영시가가 한눈에 잘 내려다 보였다.
 멀리 수평선 까지가 훤히 내라보였다. 우리는 일과를 마치면 으레히 삼삼오오 모여서는 시가와 바다를 한동안 내려다보며 뭐라고 저마다 재잘거리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. 그러는 것인즉 그 시각(열두시쯤 되는)에 부산에서 여수로 가는 철선(600톤급)이 항구로 들어오는 것을 보기 위함이다. 
 기독교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곳에는 천사와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처음 배웠고, 크리스마스 때 만국기가 펄럭이는 곳에서 아동극을 보면서 낯선 분위기에 젖었다."
<김춘수 시전집, '통영바다, 내마음의 바다'에서>